오빠를 데려다주러 늦은 저녁 분당으로 차를 몰았다. 오빠는 곁에서 음악을 들으며 조근조근 수다를 떨어주었고,
나는... 그 와중에, 그를 생각했다. 이 상황, 언젠가 겪었던 상황이다.
4개월 전인가, 나는 역시 오빠를 데려다주러 운전을 하고 있었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던 그는 술에 취해
계속 전화를 걸어왔다. 오빠 데려다주고 신천으로 와라, 친구들이 당신 보고 싶대, 나 오늘 안경도 쓰고 머리 안 감아서 질끈 묶고 옷도 엉망이야, 이러고서 어떻게 자기 친구들을 보니, 다음에 예쁘게 하고서 갈게, 안 돼, 잠깐이라도 들러, 부끄러우면 친구들 안 봐도 돼, 나 데리고만 가....
결국 잔뜩 술에 취한 그를 데리러 갔을 때 그는 여자로서 하나도 예쁘지 않았던 나를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시키고 친구들 앞에서 나를 껴안고 키스를 하고 그의 친구 결혼식에 꼭 데리고 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에게서 끊임없이 전화가 걸려오던 반포IC와, 분당 톨게이트와, 서현역 입구를 거치면서
아, 나는 정말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꿈을 꾸었다. 그와 나는 여러 사람들이 얽혀 있는 민박집에서 재회했다. 그는 보자마자 다정하면서 성의 있게 나를 안아주었고 우리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정자에서 한 이불을 덮고 뒹굴거렸다. 드디어 우리가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잔뜩 설레이던 그때, 그가 아주 무심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나 여자가 생겼어. 나보다 어린 여자야, 평소 알던 후배였는데, 나에게 일적으로 많은 도움을 줘, 귀여운 아이야, 그 아이가 좋아, 이제 당신이 하나도 그립지 않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나와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될 수 있어, 라고 나는 그에게 따지지 못했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드디어 내 사랑이 완벽하게 끝났다는 것을, 결국 사랑은 이렇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배신감도 미움도 느끼지 못하고 조용히 받아들였다.
이상한 건, 꿈속에서 그의 얼굴은 선명하지 않지만 그가 사랑하게 된 새 여자는 명확하게 그려졌다는 것이다. 긴 단발에, 이목구비가 선명하진 않아도 귀염상에 여성스러운 외모였다. 작고 딱히 예쁘진 않지만 묘하게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동시에 단아하고 고집스러운 느낌이었다.
그건.... 우리가 사랑하는 와중에, 나는 끊임없이 그에게 내가 어울리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그에게 사랑받는 내내 나는 불안했다. 나는 그보다 4살이나 많고, 그가 보는 것만큼 나는 지적이고 똑똑하지 않고, 쿨하고 이해심 많은 대신 상처 많고 집착 심하고 조바심 내고, 나는 그가 좋아하는 신민아나 아이유를 닮기는커녕 귀엽거나 애교 많고 사랑스러운 스타일도 아니였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내 일에서 성공한 당당하고 자신만만한 여자여서 나를 좋아했지만, 그를 만나는 5개월 동안 회사에서 쫓겨나기 직전까지 일이 불안해졌고 이사 때문에 몇 개월 동안 마이너스통장에 시달렸고 일을 그만두면 뭐 먹고 살아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을 그는 상상도 못할 것이다.
***
이별 후 이 주일.
으악, 이렇게 힘겹게 버티었는데, 겨우 이 주일밖에 되지 않았다니!!!
***
솔직히 말하자,
나는 그가 무척이나 그립다. 술 취해서 미친 여자처럼 이별한 상황은 여전히 어처구니없고, 그런 식으로 막말한 스스로에 대한 반성은 하루 24시간이 짧을 지경이다. 나는 그가 그립다, 그러나..... 이주일 전, 삼주일 전의 그가 그리운 게 아니다. 냉정히 생각해보면, 이별의 결정적 이유는, '그에게나 나에게나 별다른 의미 없던 한 여자의 문자 메시지'일 뿐이지만, 그리하여 그는 자신이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고, 내가 과민했고, 그리하여 나에게 실망했고, 다시는 꼴도 보기 싫고, 나와 연관된 모든 것을 끊고 새롭게 서른 살을 맞이하고 싶을지는 모르겠으나.....
사실 내가 그를 그리워한 지는 꽤 오래됐다.
내가 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돌아온 날, 김밥 두 줄과 채 먹지도 못할 우럭회와 전어회를 잔뜩 사갖고 집에 돌아와서는, 네가 없는 서울이 얼마나 황량했는지 몰라, 평생 처음으로 외롭다고 느꼈어, 라고 고백한 그런 날들, 집들이 선물 사주고 싶어, 뭐 갖고 싶어? 라고 몇 주 내내 물어왔던 그의 질문들, 현대백화점에서 그의 가족에게 살 선물을 함께 고르는 내내 내 뒤에서 나를 꼭 껴안아주던 그의 품들, 이미 소주 세 병을 함께 나누어 마시고 들어온 뒤에도 맥주를 마시며 밤새 이야기하고 싶어하던 그의 열정들, 아무 기대도 없던 일상 중에 커플시계를 사갖고 와서는 예쁘고 환하고 뿌듯하게 웃으며 내게 선물하던 순간, 방금까지도 우리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다가 돌아가던 길, "보고 싶다"며 보내온 문자들, 안면도 바닷가 끝에서 나를 꼭 껴안으며 '사랑한다' 말하던 그날,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고깃집에서 문득 찍어대던 사진들, 그의 휴대폰에 자리잡힌 내 이름으로 된 어플, 그의 트위터 관심글에 저장된 내 평범한 멘션들.....
아, 지금도 흐뭇하게 미소 지어지는, 참 아름다운 순간들이었다. 사랑받는다는 느낌, 존중받고 예쁨받는 느낌, 내가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그 심정. 그가 곁에서 나를 사랑해주어서 나는 참으로 행복하였다.
채 한두어 달도 안 되었을 뿐인데, 나는 그에게 왠지 급속도로 지워졌던 것 같다.
우리 둘의 백일은 싸움으로 유야무야 지나갔고, 크리스마스이브조차 그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나는 당연히 예상했지만, 대단한 이벤트나 선물을 바라지는 않았더라도 카드 한 장 없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너무나 피로했고 일 때문에 정신없었고 몸이 아팠고 더 이상 내게 애정표현을 하지 않았다. 나의 이성은 모두 이해했다. 그의 과도기가 지나면, 힘든 순간이 지나면, 여유를 찾으면.....
****
그런데 나는 너무 굶주렸던 게다. 말뿐인 약속들에, 찬란했던 우리의 옛 기억들이 너무나 강렬해서
그게 참으로 그리워서 심통을 냈던 게다.
그는 생각할 것이다, 이 여자도 아니었어, 배려심 많고 나를 이해해줄 줄 알았던 이 여자도 결국에는 유치하고 어린 여자였어, 도대체 나를 진정 진심으로 이해해줄 여자는 언제 나타나는 거야.....
나는 그립다, 우리가 권태기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 내가 여전히 욕심이 많은 여자일 수도 있고, 술 취한 꼬장으로 소중한 만남을 끝내버린 '못된 여자'일 수는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정말 진심이었다. 내가 사랑한 건... 바로 '너'였다, 지금은 너조차도 잃어버린 바로 '너.'
그런 너를 위해서라면, 나는 진심으로 '좋은 여자'가 될 수 있었다.
***
째각째각째각...
우리의 시간들은 계속 지나간다.
이 이별의 책임을 나에게만 묻지 말아다오.
네가 나를 무참하게, 계속 끊어내고 있어서 나는 순간순간 매섭게 아프다.
그럼에도....
나는 네가 그립다.
오래 전, 네가 나를 사랑했던 그 순간의 네가. 오로지 그것만.
나는... 그 와중에, 그를 생각했다. 이 상황, 언젠가 겪었던 상황이다.
4개월 전인가, 나는 역시 오빠를 데려다주러 운전을 하고 있었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던 그는 술에 취해
계속 전화를 걸어왔다. 오빠 데려다주고 신천으로 와라, 친구들이 당신 보고 싶대, 나 오늘 안경도 쓰고 머리 안 감아서 질끈 묶고 옷도 엉망이야, 이러고서 어떻게 자기 친구들을 보니, 다음에 예쁘게 하고서 갈게, 안 돼, 잠깐이라도 들러, 부끄러우면 친구들 안 봐도 돼, 나 데리고만 가....
결국 잔뜩 술에 취한 그를 데리러 갔을 때 그는 여자로서 하나도 예쁘지 않았던 나를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시키고 친구들 앞에서 나를 껴안고 키스를 하고 그의 친구 결혼식에 꼭 데리고 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에게서 끊임없이 전화가 걸려오던 반포IC와, 분당 톨게이트와, 서현역 입구를 거치면서
아, 나는 정말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꿈을 꾸었다. 그와 나는 여러 사람들이 얽혀 있는 민박집에서 재회했다. 그는 보자마자 다정하면서 성의 있게 나를 안아주었고 우리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정자에서 한 이불을 덮고 뒹굴거렸다. 드디어 우리가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잔뜩 설레이던 그때, 그가 아주 무심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나 여자가 생겼어. 나보다 어린 여자야, 평소 알던 후배였는데, 나에게 일적으로 많은 도움을 줘, 귀여운 아이야, 그 아이가 좋아, 이제 당신이 하나도 그립지 않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나와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될 수 있어, 라고 나는 그에게 따지지 못했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드디어 내 사랑이 완벽하게 끝났다는 것을, 결국 사랑은 이렇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배신감도 미움도 느끼지 못하고 조용히 받아들였다.
이상한 건, 꿈속에서 그의 얼굴은 선명하지 않지만 그가 사랑하게 된 새 여자는 명확하게 그려졌다는 것이다. 긴 단발에, 이목구비가 선명하진 않아도 귀염상에 여성스러운 외모였다. 작고 딱히 예쁘진 않지만 묘하게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동시에 단아하고 고집스러운 느낌이었다.
그건.... 우리가 사랑하는 와중에, 나는 끊임없이 그에게 내가 어울리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그에게 사랑받는 내내 나는 불안했다. 나는 그보다 4살이나 많고, 그가 보는 것만큼 나는 지적이고 똑똑하지 않고, 쿨하고 이해심 많은 대신 상처 많고 집착 심하고 조바심 내고, 나는 그가 좋아하는 신민아나 아이유를 닮기는커녕 귀엽거나 애교 많고 사랑스러운 스타일도 아니였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내 일에서 성공한 당당하고 자신만만한 여자여서 나를 좋아했지만, 그를 만나는 5개월 동안 회사에서 쫓겨나기 직전까지 일이 불안해졌고 이사 때문에 몇 개월 동안 마이너스통장에 시달렸고 일을 그만두면 뭐 먹고 살아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을 그는 상상도 못할 것이다.
***
이별 후 이 주일.
으악, 이렇게 힘겹게 버티었는데, 겨우 이 주일밖에 되지 않았다니!!!
***
솔직히 말하자,
나는 그가 무척이나 그립다. 술 취해서 미친 여자처럼 이별한 상황은 여전히 어처구니없고, 그런 식으로 막말한 스스로에 대한 반성은 하루 24시간이 짧을 지경이다. 나는 그가 그립다, 그러나..... 이주일 전, 삼주일 전의 그가 그리운 게 아니다. 냉정히 생각해보면, 이별의 결정적 이유는, '그에게나 나에게나 별다른 의미 없던 한 여자의 문자 메시지'일 뿐이지만, 그리하여 그는 자신이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고, 내가 과민했고, 그리하여 나에게 실망했고, 다시는 꼴도 보기 싫고, 나와 연관된 모든 것을 끊고 새롭게 서른 살을 맞이하고 싶을지는 모르겠으나.....
사실 내가 그를 그리워한 지는 꽤 오래됐다.
내가 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돌아온 날, 김밥 두 줄과 채 먹지도 못할 우럭회와 전어회를 잔뜩 사갖고 집에 돌아와서는, 네가 없는 서울이 얼마나 황량했는지 몰라, 평생 처음으로 외롭다고 느꼈어, 라고 고백한 그런 날들, 집들이 선물 사주고 싶어, 뭐 갖고 싶어? 라고 몇 주 내내 물어왔던 그의 질문들, 현대백화점에서 그의 가족에게 살 선물을 함께 고르는 내내 내 뒤에서 나를 꼭 껴안아주던 그의 품들, 이미 소주 세 병을 함께 나누어 마시고 들어온 뒤에도 맥주를 마시며 밤새 이야기하고 싶어하던 그의 열정들, 아무 기대도 없던 일상 중에 커플시계를 사갖고 와서는 예쁘고 환하고 뿌듯하게 웃으며 내게 선물하던 순간, 방금까지도 우리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다가 돌아가던 길, "보고 싶다"며 보내온 문자들, 안면도 바닷가 끝에서 나를 꼭 껴안으며 '사랑한다' 말하던 그날,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고깃집에서 문득 찍어대던 사진들, 그의 휴대폰에 자리잡힌 내 이름으로 된 어플, 그의 트위터 관심글에 저장된 내 평범한 멘션들.....
아, 지금도 흐뭇하게 미소 지어지는, 참 아름다운 순간들이었다. 사랑받는다는 느낌, 존중받고 예쁨받는 느낌, 내가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그 심정. 그가 곁에서 나를 사랑해주어서 나는 참으로 행복하였다.
채 한두어 달도 안 되었을 뿐인데, 나는 그에게 왠지 급속도로 지워졌던 것 같다.
우리 둘의 백일은 싸움으로 유야무야 지나갔고, 크리스마스이브조차 그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나는 당연히 예상했지만, 대단한 이벤트나 선물을 바라지는 않았더라도 카드 한 장 없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너무나 피로했고 일 때문에 정신없었고 몸이 아팠고 더 이상 내게 애정표현을 하지 않았다. 나의 이성은 모두 이해했다. 그의 과도기가 지나면, 힘든 순간이 지나면, 여유를 찾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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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너무 굶주렸던 게다. 말뿐인 약속들에, 찬란했던 우리의 옛 기억들이 너무나 강렬해서
그게 참으로 그리워서 심통을 냈던 게다.
그는 생각할 것이다, 이 여자도 아니었어, 배려심 많고 나를 이해해줄 줄 알았던 이 여자도 결국에는 유치하고 어린 여자였어, 도대체 나를 진정 진심으로 이해해줄 여자는 언제 나타나는 거야.....
나는 그립다, 우리가 권태기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 내가 여전히 욕심이 많은 여자일 수도 있고, 술 취한 꼬장으로 소중한 만남을 끝내버린 '못된 여자'일 수는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정말 진심이었다. 내가 사랑한 건... 바로 '너'였다, 지금은 너조차도 잃어버린 바로 '너.'
그런 너를 위해서라면, 나는 진심으로 '좋은 여자'가 될 수 있었다.
***
째각째각째각...
우리의 시간들은 계속 지나간다.
이 이별의 책임을 나에게만 묻지 말아다오.
네가 나를 무참하게, 계속 끊어내고 있어서 나는 순간순간 매섭게 아프다.
그럼에도....
나는 네가 그립다.
오래 전, 네가 나를 사랑했던 그 순간의 네가. 오로지 그것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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